본문/내용
1. 서론
처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만 9세’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심장이 잠시 멈칫했던 기억이 있다. 그 숫자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기억을 다시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안전한 공간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동시에 있었다. 놀람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했지만 서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인터뷰는 말문을 여는 기술이 아니라 말문을 닫을 권리까지 지켜 주는 약속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질적 인터뷰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사건 기록은 사실을 말하지만 맥락과 감정을 끝까지 말하지는 못한다. 아이가 사건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어느 순간에 더 무서웠는지, 지금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같은 질문은 수치로 환산되기 어렵다. 질적 방법은 그 빈칸을 메우는 도구이다. 그러나 도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트라우마 경험을 다루는 면담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보다 멈추는 순간이 더 중요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 글은 연구계획을 소개하는 보고서가 아니다. 윤리의 자물쇠를 어떻게 잠글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다. 나는 아이의 안전과 자율이 1순위라고 믿는다. 동시에 비밀보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