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나는 처음 논문 작성 과제를 받았을 때 ‘양적조사냐 질적조사냐’를 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설문지 한 장에 수십 명의 응답을 담아 통계로 분석하는 일은 숫자와 공식에 익숙한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인터뷰 한 번으로도 사람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가 가슴을 뛰게 했다. 그러나 막상 질적연구를 시도해 보니, 설문으로 얻은 결과에 비해 인터뷰 녹취록에서 핵심 개념을 뽑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떤 문장에 주목해야 할지’,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를 판단하는 순간순간마다 내가 옳은 해석을 하고 있는지 불안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객관성 대신, 나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질적연구의 매력과 불안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학부 수업 중 참여관찰 실습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캠퍼스 커뮤니티 모임을 관찰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패턴이 보일까”를 기록하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적인 맥락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관찰 노트에 적힌 학생들의 웃음소리, 제스처 하나하나가 흥미로웠고, 그것이 집단 심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