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임상실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동복지관 상담실에서였다.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가 두 살배기 아이를 맡긴 뒤 “부모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게 비밀을 지켜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어머니는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이 얘기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아이는 영영 가족의 품을 잃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보호자로서 의무이자 법적 근거가 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였다. 즉시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것이지만, 어머니의 애타는 호소를 무시하는 일도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신고 버튼을 누르면 어머니의 눈물을 부정하는 일 같았고, 신고를 미루면 나 스스로가 직무유기자가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는 그날 상담실 복도를 오가며 “이래도 될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전공 수업에서는 윤리강령과 법적 의무를 분명히 가르쳤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값비싼 교과서 문장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통감되었다.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지”라는 현실적 고민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정의와 연민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법대로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