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어느 날 지하철에서 한 외국인이 길을 묻자마자, 주변 사람들 몇몇이 불편한 눈빛을 주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외국인은 영어로 물었고,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길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속에서는 ‘여긴 한국인데 왜 한국어를 안 쓰지’ 하는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민족 중심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성장해온 교육, 미디어, 사회 분위기 속에는 자국 문화를 중심에 두고 타문화를 외부의 것으로 간주하는 시선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점차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내 사고방식이 얼마나 편협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민족중심주의’와 ‘문화적 상대주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그저 교과서 속 정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층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방식이고, 사회적 갈등의 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라고 배우면서도, 동시에 ‘다름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도 듣는다. 이 두 태도는 때로는 공존하지만, 많은 경우 충돌한다. 타인을 평가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