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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며칠 전,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대기실은 이미 어르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디가 아프셔서 온 건지, 그냥 건강검진 차원에서 오신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풍경 자체가 낯설지 않았다. 사실 요즘은 동네 공원만 가도, 지하철만 타도 노년층의 비중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예전엔 ‘노인’이라고 하면 마을에서 한두 분 정도만 생각났는데, 지금은 ‘우리 사회의 중심층이 되어가는구나’ 싶은 순간이 많다. 처음엔 막연한 체감이었다. 그런데 뉴스를 보면 숫자로 그 변화가 확인된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위기의 언어로 들리지 않는다. 그냥 ‘이미 도착해버린 현실’이라는 느낌이다.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이 아니다. 한 사회가 갖고 있는 가치관, 일하는 방식, 돈이 흘러가는 구조, 심지어 가족의 형태까지 송두리째 흔드는 변화다. 우리는 마치 그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막을 도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서 있는 듯하다.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있고, 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노후를 위한 준비는 늘 늦어지고, 청년 세대는 자신도 모르게 ‘부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