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유튜브 화면 속 건반을 누르는 손끝에서 번지는 에너지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첫 음을 타건하는 순간, 나는 마치 오래 묵힌 감정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듯한 전율을 느꼈다. 그가 쌓아 올린 음표 하나하나에는 온몸을 관통하는 긴장과 해방이 공존했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그 울림은 단순한 연주 감상 이상의 체험이었다.
당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이 연주는 내 안의 오래된 감정을 흔들어 놓았을까”, “한국 피아니스트가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수를 이렇게도 섬세하면서도 대담하게 소화한다는 사실이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만큼은 전공 과제나 아르바이트 스트레스, 시험 준비의 부담이 모두 잊힌 듯했다. 음악 한 소절이 일상적 고민의 무게를 순식간에 분해해주는 경험은 이전에도 없던 일이었다.
이 연주를 감상하며 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첫 악장에서의 긴장감이 마침내 고조되는 순간,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화려한 화음과 임윤찬 고유의 터치가 만나 예술이자 인생임을 증명했다. 무대 위 한 사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