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어느 날 가족 모임 자리에서 사촌동생 D가 “엄마랑 둘이 얘기만 하면 꼭 다툰다”고 털어놓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삼촌이모들이 모인 탁자 위엔 김치전과 잡채가 놓여 있었고, 다들 수다를 떨며 음식을 집어 먹는 동안 D의 한마디는 돌연 정적처럼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 순간 나는 그의 눈가에 맺힌 괴로움과 함께 “가족 간 갈등이 내게도 익숙한 상처였구나”라는 깨달음이 오래 묵은 감정처럼 되살아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언성을 높일 때면 나는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난간 손잡이를 꼭 잡고 떨던 경험이 떠올랐다. 지금의 평온해 보이는 가족 풍경 아래 여전히 숨겨진 상처가 있는 것을, D의 고백은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그때 내 안에 올라온 무력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기 전의 답답함 같았다. “왜 가족 간 다툼은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걸까”, “감정과 생각이 뒤엉킨 이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서로의 말투와 표정에서 날카로움을 감지하기도, 작은 말실수를 치명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D가 겪는 갈등은 특이한 사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