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인간발달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교과서 냄새부터 맡았다고 느꼈다. 대학 1학년 때 교양 심리학 수업에서 에릭슨이니 피아제니 하는 이름이 줄줄이 나오던 순간이었고, 나는 그저 중간고사 때 외워서 쓰면 되는 개념쯤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몇 해 뒤 사춘기에 접어든 동생이 이유 없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던 날, 나는 교과서 속 단어가 방 안 공기의 온도를 바꾸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동생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내 권위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먼저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누군가의 발달을 이야기하기 전에 내 반응의 발달부터 점검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감정은 부모님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을 때 다시 찾아왔다. 병원 복도를 오가며 투약 시간을 체크하고 식단을 조절하던 그 시기에 나는 갑자기 성숙해져야만 했다. 누구는 이걸 성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성장이라기보다 등 떠밀린 발달이었다. 당혹감과 불안이 동시에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역할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