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매달 말이 되면 은행 잔고를 보던 습관이 있다. 몇 달 전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월급에서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고용보험료가 자동 이체된 내역을 보고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내야 하는 돈’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그 자동 이체 내역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낸 이 돈이 과연 나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그 순간 통장 잔고보다 더 불안해지는 내 마음을 느꼈다. 건강보험증 하나로 병원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그 번호표를 내밀 때는 ‘내가 정말 이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나’라는 낯선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보다 몇 년 전,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부모님께는 차마 얘기 못 하겠다”는 그 말을 듣고, 곁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무력감이 밀려왔다. 그때는 공공부조가 ‘꼭 필요한 사람만 받는 지원’이라고 배웠지만, 실제로 동사무소 앞에서 수급자 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심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긴 대기실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본인 여부를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