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내가 처음 지역복지 현장에 나갔을 때 다소 막막함이 밀려왔다. 복지관 현관문을 지나 안쪽 복도 끝에서 상담실 문을 두드린 순간, 머릿속에는 교과서에서 본 사례관리 이론만 가득했다. 이론은 선명했지만 사람의 복잡한 사연과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대상자는 긴장한 내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 순간 길가에서 만난 어르신이 건넨 “복지사가 손수 다 해주는 게 아니라 같이 걸어주는 사람이다”라는 한마디가 떠올랐다. 그 말은 단순한 격려를 넘어 지역사회복지실천의 방향성을 짚어 주는 등대처럼 느껴졌다.
어느 하루는 주택가를 돌며 가정방문을 하던 중, 낡은 수레를 끌고 나오던 할머니와 마주쳤다. 나는 안내받은 상담안을 꺼내려다 멈칫했다. 할머니의 눈빛과 주름 사이로 스민 삶의 이야기가 내 서류 한 장에 과연 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할머니는 손수레를 멈추고 수레 안 담요를 꺼내 내게 건넸다. “추울까 봐 미리 준비했다”는 말투는 그 자체로 따뜻한 돌봄의 기술을 보여 주었다. 돌이켜 보면, 기술은 다채로운 사람의 얼굴과 음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느낀다.
길 위를 걷다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