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1960년대 이전 우리나라에도 사회복지법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마음이 뒤숭숭했다. 어릴 적 친척 어르신이 구한말 구휼조례 이야기를 꺼내며 “그때도 가난한 사람 도와줄 법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저 “옛날에는 법 없이도 서로 베풀었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조선 말기부터 의연서()나 영가부같은 관청이 구휼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었다는 자료를 접하고는 과거의 삶이 훨씬 더 제도적 틀 안에 갇혀 있었다는 당혹감이 들었다.
또 어느 날 해방 직후 발간된 한 신문 사료를 뒤적이다 “긴급구호법 통과”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1945년 8월, 해방의 벅찬 환희 속에서도 식량난과 병란으로 쓰러져 가는 이웃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아일랜드 맥주처럼 쌉싸래했다. 신문에는 “미군정이 긴급구호법을 통해 식량의복주거 지원을 법제화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당시 군정 당국이 우리말 판결문을 영어로 번역해 공포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법이 사람 목숨을 구해 주는 구명밧줄이 되기도 하고, 낯선 글자가 주는 거리감 때문에 외면당하기도 한다”는 복합적 감정을 느꼈다.
625 전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