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내가 처음 대구 동성로 골목을 지나칠 때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상점 간판 불빛이 뒤엉킨 소란 속에서 묘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막걸리집 앞에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청년들의 모습은 활기로 보였지만, 고개를 돌려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점포 문이 굳게 닫힌 채 휑한 담벼락만 보인다. 이 풍경은 대구의 상권이 화려한 외관 아래 얼마나 빠르게 쇠락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는 듯하다. 활짝 열린 거리 한편에 보이는 빈 점포 창문은 ‘여기에도 삶의 온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가 건넨 “이제 장사도 예전 같지 않다”는 짧은 인사는 내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출근길에 늘 마주치던 분이었지만 그날 아침만은 얼굴에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 할머니는 손에 든 비닐봉지를 내려놓으며 “내일 모레면 또 무료 급식소 가야 한다”는 말을 살며시 내뱉었다. 그 한마디에는 식사 한 끼를 마련하는 어려움뿐 아니라, 지역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어느 주말에는 팔공산 자락을 오르는 등산로를 걸었다. 급격히 불어나는 편의시설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