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어릴 적 명절이면 언제나 할머니댁에 모여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음식을 맛보았다. 그때 나는 할머니가 혼자서 모든 가족을 챙기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감탄했다. 하지만 어느 해 설날, 할머니는 “너희 부모도 내 자식인데 내가 다 챙겨야 하나”라는 한숨 섞인 투정을 꺼냈다. 그 말투에는 자식에 대한 서운함과 부모 부담에 대한 고단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부양의무자’라는 개념이 가족 간 사랑의 증표이기만 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 시절 사회복지학 수업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도 비슷한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가족 중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 돌봐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내가 청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무료급식 봉사 현장에서, 한 어르신은 “내 아들이 직장 때문에 바빠서 내가 부양 대상자로 인정되지 않는가 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그분의 눈가를 보며 “법적 기준에 가족 관계만 넣으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소외되는구나”라는 의문을 품었다.
또한 내 친구로부터 “수급 신청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