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나는 우연히 대학 강의에서 ‘동아시아 이주와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듣던 중 서경식의 제4강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의 붕어』를 처음 접했다. 그 순간 내 안에는 낯설면서도 묘한 친밀감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재일조선인이라는 말이 내게는 생경한 동시에, 식민지와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존재로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재일조선인에 대한 정보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일상적 경험이나 정체성 문제를 깊이 고민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안에 잠재해 있던 편견과 무지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필자는 재일조선인이 처한 복합적 현실과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한다. 일제 식민 지배와 해방 이후 한반도의 분단, 냉전 체제와 일본 내 정치적 맥락이 ‘수레바퀴 자국’이라는 강렬한 메타포로 제시된다. 수레바퀴 자국은 과거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 분단의 구조적 폭력 흔적이다. 그 자국에 고인 물은 재일조선인의 삶의 조건이고, 물속에 갇힌 붕어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존재 방식을 상징한다. 붕어는 선택의 여지를 갖지 못하고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헤엄친다. 이 비유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