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도서를 읽고 독후감상문을 작성하시오.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펼쳤을 때 처음으로 든 인상은, 깊은 어둠과 차가운 빛이 동시에 눈앞에 깔리는 듯한 낯섦이었다. 언어가 피처럼 흘러내리는 형상을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었고, 그 한 줄 한 줄이 인간의 몸을 파고드는 고통과, 동시에 그 속에서 솟아나는 희미한 온기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읽는 내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적막해지는 순간이 반복되었고, 그 적막 속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절실한 것이길래 이런 언어로 흘러나오는가’라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평소에 습관처럼 써왔던 ‘슬프다’라는 단어가 이 시집의 언어 앞에서는 너무 안일하고 건조하게 느껴졌다. 삶과 죽음, 그리고 어둠과 빛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통이 차가운 얼음 속에 담긴 물처럼 느껴졌고, 시인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나도 모르게 그 고통의 한 모퉁이를 몸으로 밀고 들어가 보는 기분이 되었다.
시집을 읽으며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저녁’과 ‘새벽’이라는 시간적 배경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질 때 혹은 새벽의 첫 빛이 오기 직전,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시인에게는 특별한 의의를 가지는 듯했다. 사람 대부분이 잠들거나 혹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허물어지는 그 시각에, 시인은 오히려 깨어서 언어를 갈고닦는다. 그 언어는 절반쯤은 고통을 향하고, 또 다른 절반쯤은 치유 혹은 희망을 향해 있다.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입술과 혀도 부서지고, 눈도 부서지고, 결국 몸 전체가 부스러져버린 뒤에야 어떤 ‘진실’ 혹은 ‘빛’ 같은 것에 이르게 되는 듯했다.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통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서늘함이 독자에게 내재된 슬픔이나 아픔의 결을 자극하는데, 일상 속에서 종종 간과해온 내면의 고독함을 한 번에 꺼내 보게 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시인은 고통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태도를 자주 보여준다. 고통을 회피하거나…
시인은 고통을 정면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