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낙인-무균사회와 한센인의 강제격리-서평

1. 질병과 낙인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질병에 대한 공포와 낙인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은 100여 년 전 한국 사회에서 한센병이 처음 발병했을 때의 상황과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 질병이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낙인을 찍는지는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한센병과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큰 공포의 대상이었던 질병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낳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 초기에 우리는 확진자와 그 가족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사례를 목격했다. 확진자의 신원이나 거주지가 공개되면서, 그들과 그 가족들은 공공 장소에서의 출입이 제한되고, 사회적인 교류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센병 환자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은 병이 발병하면 즉각 격리되어 사회와 격리된 섬이나 시설로 보내졌고, 그들의 존재는 가족이나 친지에게조차 감춰졌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질병이 어떻게 개인의 신분을 앗아가고, 사회에서의 위치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센병 환자들이 겪었던 고통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