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프롤로그
순백과 같은 소녀가 숲속의 깊은 늪지에 숨어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이었고, 그녀의 존재는 단지 전설과 같은 이야기 속에서만 불쑥불쑥 나오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소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눈처럼 흰색이었다. 그녀는 마치 자연에서 피어난 꽃처럼 순수하고 청아했다. 늪지는 차가운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에서는 신비한 생명들이 숨쉬고 있었다. 늪지의 물은 고요했지만, 그 속으로 잠입하는 바람의 속삭임이 가끔 그녀의 흰 옷자락을 흔들었다. 소녀는 격렬한 일상을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기분 좋은 날들은 너무도 멀리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녀의 마음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의지는 때때로 시리고 아프게 느껴졌다. 이 늪지는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진 지 오래였고, 그녀는 그 안에서 자아를 찾기 위해 홀로 지내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다짐이었다. 소녀는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원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그녀는 그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며 춤을 추었고, 바람이 불면 그 찬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