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얼마 전 방과 후, 학교 앞 공터를 지나치던 나는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폭력 상황을 목격했다. 친구 J가 K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주변 학생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J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나는 분명히 보았다. 분노와 충동이 사라진 뒤에 찾아온 허탈감은 마치 누군가의 영혼을 낚아채 가는 듯 나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처벌만으로 이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학교 규칙에 의한 정학과 경찰 조사, 가해자 기록 작성은 분명해야 할 절차이다. 그러나 그런 제재가 주먹을 휘두른 손의 떨림을 멈출 수는 없었다. J의 얼굴에 미처 드러나지 못한 상처와 고민이 숨어 있다는 직감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 아이가 폭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학급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 L을 지켜보며 닮은 장면을 기억한다. L이 폭력적인 언어 폭탄을 맞을 때, 주변 친구들은 조용히 눈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