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나는 얼마 전 우연히 지역의 장애인복지시설 앞을 지나치던 중 건물 안쪽 복도 한편에 걸린 이용자들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얼굴들은 환히 웃고 있었지만, 그 아래로 이어진 긴 복도에는 동일한 반짝이 없는 회색 바닥과 모두 같은 크기의 방이 줄지어 있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방 안에는 똑같은 높이의 침대와 비슷한 가구가 놓여 있었고, 창밖 풍경과도 단절된 채 획일화된 공간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 시설이 과연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곳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진 속 이용자들은 분명 각자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인데, 시설의 물리적 환경은 그다지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형광등 불빛은 균질하게 퍼졌지만, 사람마다 다른 생활 리듬과 감정의 색채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자문을 던졌다. 장애인복지시설이라면 당연히 물리적 안전과 일정한 돌봄이 보장되는 곳이어야 하지만, 그 안전망이 개인의 선택과 자율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