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한동안 잊고 지냈던 보건소 게시판 앞에서 멈춰 선 적이 있다. 한 장짜리 안내문이 눈에 띄었는데, 거기엔 “여성장애인 산후조리 도우미 지원 대상자 모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문구를 읽으며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소중한 산후조리라는 시간이, 여성장애인에게는 그조차도 ‘지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이 제도는 출산과 육아의 시작점에서조차 사회적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을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동시에, 제도라는 것은 그 취지 못지않게 실제 실행 여부가 중요하다.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 혜택을 누리는 이는 얼마나 될까. 만약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그 존재 자체가 또 다른 기만은 아닐까.
나 역시 출산을 앞둔 가족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고, 그 무기력과 혼란, 동시에 육체적인 고통이 얼마나 무거운지 짐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성장애인이 겪는 임신과 출산은 어떤 복잡한 의미일지 조금은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복지제도는 정말 그 복잡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혹은 `있어 보이기 위한 제도`에 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