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서울 변두리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낡은 주택들이 철거되고 고층 아파트가 우뚝 솟는 광경을 눈으로 확인한다. 한때 골목길을 누비던 어린아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대신 매연 섞인 시멘트 바람이 불어온다. 재개발 구역 옆 오래된 상가 앞에 앉아 계신 이웃집 할머니를 뵌 적이 있다. 그녀는 목에 건 마스크에 입김이 맺힌 채, 길모퉁이에 놓인 낡은 의자에 홀로 앉아 계셨다. 낡은 사투리가 묻어나는 그녀의 한숨 소리는 재개발 붐에 밀려나는 옛 시절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나는 ‘현대 한국 사회의 변화’가 개인의 일상과 가족에게까지 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음을 절감한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저출산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도시화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족의 형태와 삶의 방식도 급격히 변해왔다. 과거 다세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풍경은 이제 온전히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대신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층이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통계 수치나 언론 기사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실제로 목격되는 현실이다. 주말마다 빈 집처럼 썰렁해진 골목, 자동차 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