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강당 불빛 아래서 빔 프로젝터에 비친 ‘졸업 요건: 연 30시간 자원봉사 이수’라는 문구를 보고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사실 대학 입학 이전에도 나는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교내 봉사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복지관에서 어르신과 말벗이 되어 드리기도 했고, 작은 동네 축제에서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그러나 ‘자발성’과 ‘무보수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자원봉사가 ‘의무’가 된다는 소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다. 화면 속 안내문 뒤편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동기들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이게 정말 봉사의 본질을 살리는 길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강의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나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하는 봉사도 강제화되면 어떤 의미가 달라질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첫주 과제 회의 후, 동기 D가 “봉사하는 시간엔 봉사자 본인도 변화해야 하는데, 의무 시간만 채우면 그만아닌가”라는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 놓친 듯한 허전함을 느꼈다. 봉사 시간 숫자만 채우면 졸업장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