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중간 복도를 지나치다가 우연히 친구 L의 등을 보았다. 그날따라 교탁 뒤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소리 없는 눈물을 삼키고 있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L은 평소 활달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친구였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그는 덜컥 놀라며 재빨리 얼굴을 돌렸지만, 흘러내린 눈물이 말해 준 이야기는 분명했다. “왜 나만 이랬을까”라는 조용한 중얼거림이 복도 한쪽에서 서성이던 내 귀에도 어렴풋이 전해졌다. 그 순간 느낀 당혹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L이 평소에도 가끔씩 표정이 무거울 때가 있었음을 떠올렸다. 언제부턴가 점심시간에도 친구 무리 사이에 끼지 않고 교실 뒤편 자리에서 도시락만 먹던 모습이 마음 한편에 걸려 있었다. 그럴 때마다 “괜찮을까”라는 작은 걱정은 있었지만, 고작 “다음에 같이 먹자”라는 가벼운 위로 말 한마디로 넘겨 버린 것이 부끄러웠다. 당시에 나는 내가 무심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친구 L의 고통은 그날의 눈물 한 방울만으로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는데, 나는 지나치게 익숙함에 젖어 진짜 마음을 읽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