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실습을 시작한 첫날이었다. 퇴원이 이틀째 연기된 환자 A는 창밖에 비친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집이 그립다”라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낮은 음성이었지만, 병실 천장을 타고 내 귓가까지 파고들었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 한꺼번에 부풀어 올랐다. ‘환자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받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환자를 둘러싼 가족주거경제지역사회라는 더 큰 맥락을 외면한 채, 의학적 처치만으로 이들이 온전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병실 복도를 지나치며 들려오던 다른 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휠체어를 끌고 가던 B씨는 식사 후에도 여전히 두 다리에 무거운 통증을 호소했다. “이렇게만 치료해도 괜찮아질까”라는 동료 C의 속삭임도 들렸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일상이 모두 다르고, 그 뒤에는 가족의 고단함과 사회적 편견, 경제적 부담이 얽혀 있음을 깨달았다. 병동 회의에서 “의례적으로 가정 환경 조사를 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환자 개인의 상황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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