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고등학교에서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상담사로서 졸업반 학생들의 정치활동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막중한 책임감을 동반한다. 교실 복도 한편에서 스쳐 지나간 학생의 짧은 질문 “선생님, 저는 선택권이 없는 걸까요”라는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그 질문이 떠올랐을 때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지기도 했고, 동시에 곧 다가올 졸업식을 준비하는 설렘과도 뒤섞여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정치활동의 의미를 단순히 투표 교육이나 모의 선거 행사로 한정할 수 없다는 사실도 더욱 분명해진다.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어떻게 안전하고도 자유롭게 이끌어줄지 고민이 깊어진다.
상담실 안쪽 책상에 놓인 각종 안내문과 팜플렛들은 매번 펼쳐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교육부 지침과 학교 규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교사로서의 역할은 때로는 딜레마로 다가온다. 학생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특정 이념이나 정당을 권유하지 않는 교육적 중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 학기 학부모 면담에서 “우리 아이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