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뉴스 기사를 스크롤하다가 ‘치매 아내를 돌보기 위해 자격증을 땄다’는 90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읽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화면 속 할아버지가 조용히 눈물을 삼키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차가운 모니터 너머로 전해져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순간, 어릴 적 할머니가 “내 기억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 네가 날 어떻게 기억해줄까”라고 속삭이던 말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며칠 전 부모님 댁 거실을 지나다가 홀로 놓인 할머니의 약병을 보았다. 알록달록한 알약 봉지가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옆에는 복용 시간과 용량을 적어둔 쪽지가 종이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가족은 과연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이 스쳤다. 환한 형광등 아래 빈 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가정이 이와 비슷한 풍경으로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 역시 치매를 앓던 외할머니를 모셨던 경험이 있다. 할머니 집 방문마다 그분은 내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지만,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눈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곤 했다. 그러나 손등에 묻어 있던 잔주름과 허름한 가운은 치매라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