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회의실 문 앞에 선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매달 반복되는 매출 점검 회의 중에 내가 제안한 작은 프로젝트 혁신 방안이 발표되자, 팀장은 무심한 목소리로 “또 새로운 거냐”라고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동료들의 시선이 찬바람처럼 등을 스쳤다. 그때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당혹감을 느꼈다.
사실 그 제안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야근을 거듭하며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 지점을 점검하고, 그 흐름을 바꾸면 업무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는 확신을 품었다. 그러나 노골적인 반응 앞에서 순간 “내가 왜 굳이 혁신을 제안해야만 했을까”라는 회의가 머릿속에 스쳤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박자가 어긋난 듯한 내 가슴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 보려 애썼다. 그런데도 그날 따라 유독 업무 프로세스의 답답함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출근 첫날부터 반복됐던 단순 데이터 입력 업무, 엑셀 파일이 사라질까 봐 초조하게 백업하는 일, 한 번에 업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는 불합리한 시스템 구조 매일 밤 이 불편함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