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면, 내 머릿속에는 `낡은 책`, `어려운 영어`, `죽고 사는 이야기` 같은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의 글이 무척 낯설고 거창하게 느껴졌다. `로맨스라더니 왜 이렇게 비극적인가`, `고백은 왜 이렇게 간접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햄릿’과 ‘오셀로’의 일부 대사를 배우며 조금 더 진지하게 그의 세계에 발을 들여보게 되었지만, 그때도 여전히 거리감이 컸다. 긴 문장, 중의적인 표현, 무거운 주제. 무엇보다 “To be or not to be”라는 유명한 대사조차 정확히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내게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감탄하고 지나쳐야 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박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문장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문법도 잘 모르던 시절, ‘맥베스’의 “피는 피를 부른다”는 말은 왠지 모르게 섬뜩하면서도 사람 마음속 어두운 면을 꿰뚫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셀로’의 질투, ‘햄릿’의 망설임, ‘리어왕’의 후회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