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처음 의식한 순간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감정을 처음 느꼈던 순간이라면 기억이 꽤나 선명하다. 초등학교 시절, 학기 초마다 친구들은 새 필통과 반짝이는 문구세트를 들고 교실에 들어왔다. 나는 지난 학기와 똑같은, 이미 모서리가 닳은 연필통을 들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 필통이 부끄럽다는 감정보다는, 왜인지 모르게 나는 말을 줄였고, 친구들의 눈을 잘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거나 따돌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나와 너는 다르다’는 선이 조용히 그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선은 어느 누구도 직접적으로 그어준 적이 없지만, 가방끈, 점심 도시락, 방과 후 활동처럼 일상 속 작은 차이들에서 점점 더 굵어졌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그 간극은 더 커졌다. 누군가는 피아노 학원, 영어 과외, 태권도 도장을 돌아다니며 하루가 바빴고, 나는 늘 종이봉투에 싸온 두세 권의 참고서로 자습실에 앉아 있었다. 겉으로는 조용히 잘 지내는 학생이었지만, 속으로는 점점 내 자리가 어디인지 혼란스러워졌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문제를 푸는 속도나 자신감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