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몇 년 전 어느 날, 퇴근길에 2호선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한 역에 도착했을 때였다. 에스컬레이터는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고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나는 조금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계단을 걸어 내려갔지만, 그때 휠체어에 앉은 한 사람이 출입구 근처에서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봤다. 함께 있던 보호자가 한참을 통화하다가 결국 직원에게 안내를 요청했고, 역 직원 두 명이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게 도왔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이동인가, 이동을 부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버튼 하나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누구는 사람에게 부탁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현실. 나는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느낀 감정은 단순한 안쓰러움이나 연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낯선 종류의 당혹감이었다. `나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을 누군가는 포기하거나 부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마주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말이 처음 들릴 때는, 그것이 단지 ‘교통수단의 접근성 문제’ 정도로 느껴졌다. ‘이동에 대한 권리라니, 이동이 권리일 수 있나’라는 물음이 마음 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