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얼마 전 유아와의 일상적인 교실 활동 중, 한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내 옆에서 “선생님, 이거 봐봐요”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응, 그래~” 하고 대답하며 고개만 돌렸을 뿐, 그 아이의 손끝이 가리키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사실 그날은 머릿속이 바빴다. 오전 일정이 밀렸고, 다음 활동 준비에 마음이 쫓기고 있었다. 아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없이 돌아갔고,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장면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아이가 말한 ‘이거’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그 아이의 목소리가 기대와 설렘이 섞인 어조였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것을 함께 바라봐주기를 바랐던 그 짧은 순간을 내가 흘려보내버렸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잘 들어주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울까. 유아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듣기란 아주 기본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덜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현장에서 유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듣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얼마나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