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얼마 전 우편함에 날아온 국민연금 고지서를 꺼내 들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살짝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찍힌 숫자와 항목을 보며 ‘내가 매달 이만큼을 미리 내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마치 시간의 시계추가 앞뒤로 흔들리듯, 자녀가 대학 합격을 알리던 기쁨의 전화와, 부모님께서 연금 통장 내역을 자랑하시며 “덕분에 살 맛 난다”고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교차되었다. 이 두 개의 기억은 겉으로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지만, 모두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의 그물망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새삼 깨달아졌다.
나는 문득 어린 시절 우리 집 부엌 벽에 붙어 있던 ‘경로잔치’ 사진을 떠올렸다. 마을 사람들이 어르신께 떡과 국수를 대접하며 한 바탕 웃고 떠들던 풍경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노후를 어떻게 보살피는지에 대한 원형적 기억이었다. 그 기억 속 경로잔치는 국가가 아닌 이웃에 대한 ‘작은 약속’이었지만, 이제는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그 약속을 이어 준다. 국민연금 고지서 한 장에는 이웃과의 부조()를 넘어 국민 전체가 서로를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혼자서는 오래 살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