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신입사원 시절, 처음 한국 기업 문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은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이상한 기분이었다. “우리 회사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고 인사담당자가 강조할 때, 나는 그 말이 마치 주문처럼 들렸다. 그러나 퇴근길 첫 팀 회식 자리에서 상사의 잔소리와 윗사람 먼저 건배 제안이 이어지자 그 말이 금세 무색해졌다. 스스로 “이 회사는 정말 수평적일까아니면 보이지 않는 위계가 있구나”라는 모호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사무실 복도에서 들리던 속삭임도 무거웠다. 동료 A 과장이 “팀장님께서 어제 야근 얘기를 왜 꺼냈는지 모르겠다”고 귓속말하자, 모두가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순간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쓸쓸함을 느꼈다. 복도 불빛 아래 비치는 벽면에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고, 그늘진 그림자는 마치 조직의 위계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입사 전에는 조직 충성도를 높이는 연공서열 문화가 낯설었지만, 곧 “이 구조가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말에 설득되기도 했다. 반면 윗사람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때로 개인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듯 보였다. 회의실에서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