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처음 성폭력 뉴스를 접했을 때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머릿속에는 “왜 저런 일이 아직도 반복되는가”라는 물음이 맴돌았다. 텔레비전 화면 속 피해자의 떨리는 목소리와 갈라진 눈물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술기운에 휩쓸려 친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친구는 “옛 연애 상대가 자기 동의 없이 사진을 무차별로 퍼뜨렸다”는 고백을 하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벼운 농담으로 흘려들었지만,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렸다.
얼마 뒤 가정폭력 기사를 읽고 나서는 그 불안이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우리 골목 저집 문틈에서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가 아닐까”라는 모호한 불안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손잡이를 꽉 쥐게 했다. 지하철 손잡이가 흔들릴 때마다 입은 뉴스 속 피해자의 고통이 나와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상의 안전망이 이렇게도 얇은 선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비단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 가해자가 처벌을 피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