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어린 시절 나는 색연필 한 다발과 스케치북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행복했다. 연필심이 부러질 때까지 종이를 긁으며 상상의 숲과 바다를 그려넣는 일이 마법 같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오늘은 감정 표현 연습이니까 자유롭게 그리고 그림 속 느낌을 말해 보자”고 했을 때 어쩐지 불편함이 솟았다. 나는 “이게 예술 수업인가 놀이 심리검사인가” 하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그림이 무슨 시험지 문항처럼 느껴질 때 내 마음속 활기는 급격히 식어 버렸다.
중학교 시절, 친구 소민이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번은 소민과 함께 상담실에 잠깐 들른 적이 있다. 벽에 가득 붙은 아이들의 그림에는 이상하리만큼 진한 파란색 점들이 튀어 있었다. 상담사 선생님은 소민의 그림을 가리키며 “이 파란 점이 외로움을 상징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소민은 어수룩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고,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미술이 누군가의 아픔을 바라보는 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는 교내 봉사동아리 활동으로 지역 보육원에 그림 수업 봉사를 간 적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