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대학교 1학년 때 ‘가족’이라는 단원을 들으며 처음으로 혼란을 느꼈다. 그전까지 가족이란 부모와 형제자매가 함께 사는 가장 단순한 틀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기능주의, 갈등이론, 상호작용주의라는 전문 용어를 쏟아내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론 속 가족 모습이 내 가족과 어딘가 닮았나’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방학이 되어 부모님 댁에 내려갔을 때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식탁 앞 풍경은 정겹기도 했지만 어색하기도 했다.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니”라는 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당황해 눈만 마주치다 웃음으로 어물쩍 넘겼다. 가족의 애정 표현과 형제 간의 농담 사이에 끼어 있을 때, 나의 존재감은 엇갈린 감정으로 요동쳤다. ‘이 자리가 편한가, 불편한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캠퍼스 카페에서 과제를 하던 중 문득 “내가 속한 이 가족 모델이 정말 맞을까”라는 고민이 밀려왔다. 주변 학생들은 부모님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쓰느라 분주했지만, 나는 펜을 들어 단어를 적기조차 망설였다. 가족 문제를 다룬 영화 한 편을 떠올리며 “저들의 갈등은 내 가족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는 상념에 빠졌다. 이 상념은 나를 일순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