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심 하천이 금세 흙탕물로 가득 차고, 지나는 길목에서는 알 수 없는 냄새가 풍긴다. 처음에는 단순히 ‘비가 많이 와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지만, 몇 해 전 동네 하천에서 정체 모를 거품과 악취가 뒤섞인 광경을 보고 나서부터는 무언가 구조적으로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합류식 하수도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생활하수와 빗물이 하나의 관로를 통해 처리되는 구조라고 하는데, 문제는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이 하수가 처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나간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하천 오염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건강성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요즘 도심 곳곳에서 하수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낡은 관로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기존의 합류식 하수도를 ‘분류식’으로 전환하는 공사이다. 겉으로 보기엔 도로 일부를 파헤친 불편한 토목공사일 수 있지만, 실상은 도시 환경의 근간을 다시 설계하는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뿌리를 다시 다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는 주제다. 특히 이러한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