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어린 시절 친척집에 놀러갔을 때였다. 세 살배기 조카가 친구들과 교감하지 못하고 모래놀이 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놀고 있던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가 말이 늦다는 것이 단순히 어휘가 부족한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조카는 눈빛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말문이 막힌 듯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자신도 어릴 때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섞이지 못하고 홀로 수줍어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말이 트이지 않아 답답했지만, 아이가 느끼는 막막함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언어가 제때 발달하지 못하면 아이 스스로가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최근 들어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자유놀이 시간에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저앉아 소근소근 혼잣말을 하는 한 아이를 지켜보았다. 아이는 블록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친구가 다가오면 눈을 돌린 채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섰다. 선생님은 그 모습에 곧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아이는 짧은 단어조차 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