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어릴 적 우리 동네 마을회관 앞 작은 광장에서는 할머니들이 네댓 명씩 둘러앉아 쟁반 하나에 놓인 김밥과 달걀말이를 서로 권하며 담소를 나눴다. 할머니들의 대화 소리는 장작보일러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수증기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이야기를 엿들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 편안함을 느꼈다.
그 시절 우리 동네는 동네 간판 코너 집 주인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걸어두고 “이름 쓰고 가져가렴”이라며 웃던 곳이다. 아이스크림을 받으러 가는 길목마다 이웃 주민들이 “잘 지내냐”고 묻고, 나도 모르게 목례를 하며 대답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동네가 나를 둘러싼 안전망처럼 느껴졌다. 어떤 고민도 내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중학교 때 돌아가 보니 마을회관 앞 광장은 텅 빈 콘크리트 바닥만 남아 있었다. 할머니들은 점점 외곽의 아파트 단지로 흩어졌고, 노인정 모임은 줄어들었다. 동네 시장 골목은 상권이 무너져 한적해졌고, 문 닫은 가게 간판이 을씨년스럽게 걸려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곳이 변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