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어릴 적 나는 학교 도서관 한구석에 놓인 시집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 그중에서도 ‘진달래꽃’이라는 시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교실에서 배운 딱딱한 문장들이 아니라,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을 손끝으로 느끼듯 묘사한 언어에 나는 낯선 설렘을 느꼈다. 그 시구를 혀끝으로 되뇌이며 읽었을 때, 내 안에 무언가 잔잔히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감각으로 문장을 마주했다. 친구들은 그 시를 읽고 바로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지만 나는 책장을 덮은 채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내가 다른 친구들처럼 답을 찾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이 시가 내게 어떤 의미를 전하려 하는 걸까’라는 호기심이 더 컸다. 그 순간 나는 문학이 누군가의 삶을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온통 시의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잎사귀 소리마저 시어로 환영받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같은 구절을 집에서 혼자 다시 읽을 때면 학교와 달리 편안함이 느껴졌다. 교실에서는 시를 외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집에서는 시 한 편이 그냥 내 마음속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