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독후감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면, 항상 하늘은 파란색, 나무줄기는 갈색, 잎은 초록색이었다. 모든 것은 명확하게 단색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춘기가 되었을 때, 나는 세상에 단색 풍경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푸른 하늘에도 흰색과 회색을 넘어 짙은 잿빛이 섞여있는가 하면 핑크색과 옥빛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무줄기 역시 갈색 하나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검은색과 푸른색, 노란색...이렇게 다양한 색이 모여 이루어졌음을 깨달았다.
삶도 그림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보는 삶이 단색의 삶이라면, 철이 들면서 보는 삶은 때로는 무채색이고, 또 때로는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색이 섞여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모순들이 모여 있고, 밤보다 어두운 흑암이 덮이기도 하는 알 수 없는 모호함이 삶의 진짜 색깔이 아닐까 이러한 삶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 있다. 바로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 실격>이다.
인간실격은 삶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실화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번지는 상상화나 불편한 부분을 깔끔한 선과 색으로 처리한 포스터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실격이 보여주는 인간 삶의 첫 번째 현실은 허무함이다. 즉 비어있음이다. 주인공은 ‘나’라는 존재가 없으며, 자신은 바람이며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느끼는 허무감은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쉽게 농락당하고, 집안 하녀들로부터 몹쓸짓을 당하며, 호리키라는 친구로부터 삥 뜯기는 이유가 된다. 사람들은 마치 주인공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를 입히면서도 아무런 가책이 없다. 호리키만 해도
처음에는 부탁하듯이 “5엔 좀”하다가 세상을 알려준다는 빌미로 술과 담배 그리고 매춘까지 알려준다. 세상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묻지 않는다. 다…
불신이 어떻게 유쾌할 수 있을까 불신을 원하고 타인의 불신을 즐거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