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소 금
- 지은이: 박범신
-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빨대와 깔대기. 어쩌면 우리는 아버지의 땀과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달디단 과실속에 빨대를 꽂아 자양분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세대이다. 용케 좀더 능력있는 아버지를 만난 사람은 빨대 아닌 깔대기를 꽂고서 맘껏 흡입했을 게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과실의 양은 늘 부족했다. 어두운 터널 속처럼 가난하고 우울한 시대가 바로 60~70년대였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장남이나 혹은 자식 중에 성공 가능성이 큰 둘째나 셋째, 막내에게 몰아줄 수밖에 없었다. 일명 한 곳이 흘러 넘쳐 주변까지 스며들게 하는 ‘스필오버 효과’를 기대하고서 말이다.
아버지는 외롭다.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주기 위해서는 아플 수가 없고,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도 이겨내야 한다. 지금도 아버지에겐 힘들다는 푸념조차 허용되지 않는 게 이 땅의 기본 정서다.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 한 몸 바쳐져야 하고, 가족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오늘도 아버지의 희생은 물론 꿈도 저당잡혀져야 한다.
선명우.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 땅의 아버지다. 한편, 이리처럼 약한 자를 여지없이 집어 삼키는 자본주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과시욕과 소비욕에 가득찬 처 김혜란과 세 딸의 기대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희생하며 가족의 뒤치다꺼리에 여념 없는 한 음료회사의 상무이다. 그러던 셋째 딸 시우의 스물번 째의 생일날, 홀연히 가출을 하게 된다.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숙명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가출을 통해 그는 완전히 거듭난다. 아니 어릴 적부터 소망하고 꿈꿔오던 소망을 염전 일을 하면서 구체화시켜 나간다. 가족과의 결별은 필연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셋째 딸 시우의 스물번 째 생일날 과연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그는 딸애의 생일을 맞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여 집에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셋째 딸 시우의 스물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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