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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판에서 ‘나’에게로, 전통에서 현대에게로
- 박형서의 「아르판」을 읽고 -
소설 아르판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표절에 대한 정당화-나아가 제국주의 정당화- 문제, 아르판을 향한 독자들의 반응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방인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적 시선, 소설이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의 문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문. 다루고 싶은 주제가 많아 생각이 길어졌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아르판과 주인공의 관계를 ‘전통과 현대의 관계’로 이해하고자 한다.
우선 주인공 거듭 한국을 ‘문명사회’로 칭하며 와카의 삶과 대비시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와카는 텔레비전이며 신문은 물론이고, 근대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인 전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말린 나물을 설탕이나 후추로 교환했다는 것으로 보아 화폐조차 없거나 적어도 상용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적 생활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즉 와카는 근대적인 요소 없이 전통사회의 모습을 띠고 있는 마을이다.
반면 작품 속의 한국은 전통적 인물인 아르판을 압도하는 공간이다. 숨 막히는 현대의 모습에 아르판은 주눅이 들고(p.57), 휘청거리며(p.57), 멀미(p.46)까지 느낀다. 또한, 현대는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모질고 짓궂다. 독자들은 아르판의 발음을 비웃음으로써 그 상위단계인 와카의 문화를 조롱한다. ‘차라리 과학적이고 우수한 한국어를 가르칠 생각은 없는가.1)1) 아르판, 53쪽.
’ 이러한 언급은 전통에 대한 무시로 볼 수 있겠으나 그것이 (주인공에 따르면)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한다면, 전통 지향과 전통 비판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 역시 현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그의 감정선은 아주 복잡하다. 그는 아르판을 사랑하고 동경하며 동시에 증오하고 질투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주인공 역시 현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그의 감정선…
(1) “바보야, 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