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영화 감상문
『한공주』
감독 이수진
영화의 첫 장면은 캄캄한 화면 속 주인공의 내래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끝난 후 등장하는 공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말한다.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잘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한 일. 또는 옳지 못하게 한 일. 이것은 ‘잘못’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이다. 우리는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하고 그것을 반성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잘못한 것이 없고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 공주가 집을 떠나 짐을 챙겨 이사를 가고 학교를 떠나 전학을 가야 하는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이 모든 과정에서 모순을 느낀다. 왜 공주가 두려움에 떨어야하는 것인가.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에게 왜 세상은 더 지옥 같을까. 잘못 없는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추악하고 더러운 세상을 그린 영화, 그것이 바로 한공주이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주목하게 되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래도 살고 싶은 공주의 발버둥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는 현실이다.
전학을 간 공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영 센터에 등록하는 것이다. 수영복을 사고 강습료를 낸 공주는 내내 물을 먹고 커다란 물장구로 물을 튀긴다. 그녀가 수영을 배우는 이유는 하나다. 25m 레인을 완주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것에 대한 더 정확한 이유는 맨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난다.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봐.”
공주와 함께 성폭행을 당한 친구 화옥은 임신을 한 채로 물에 빠져 죽었다. 혹시라도 제가 화옥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그랬는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곳에서 빠져 나와야 하기 때문에 공주는 수영을 배운다. 그러나 그녀의 헤엄은 거센 물살에 휩쓸리고 깊은 수심에 잠겨 사라진다. 이 과정은 공주의 심리에도 적용된다. 그녀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결국 그녀에게 주어진 모진 시선과 이해 없는 세상으로 인해 흐려진다. 그렇게 공주는 결국 세상을 등진다.
그녀에게는 잘못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