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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기억의 왕 푸네스> 보르헤스
푸네스는 낙마 사고로 불구의 몸과 불사의 정신을 갖게 된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신체와 달리 정신은 거의 완벽에 가까워 그가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손실 없이 기억장치에 저장한다. 그의 기억은 너무 세세해서 1분 차이로 변화한 대상의 차이까지 머릿속에서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다. 결국, 그는 누적된 정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예민함을 예술가의 상징이자 덕목으로 여긴다. 예민함은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정신적 역량을 발휘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 받아들여진다.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겠지만 으레 두뇌활동이 활발한 사람일수록 감각도 예민할 것이라 짐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예민함은 예술이나 창작 활동에 자양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둔한 감각은 현실의 미세한 변화를 읽어낼 수 없기 때문에 둔한 사람은 변화를 그대로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실제로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창작물에서 작은 변화를 잘 살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나 <미생>의 김원석 감독이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작품을 구상하고 창조한 저자 보르헤스 역시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일 것이라고 추정해 본다. 그의 작품에 구현된 푸네스의 생각과 행동은 그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이것을 소설의 주제로 택하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정도로 세세한 디테일을 포착할 수 있어야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둔감한 일반인의 삶과 예민한 소설가의 삶은 소설 속에서 푸네스와 화자로 대비된다. 우리는 삶은 어쩌면 선천적인 민감도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민한…
둔감한 일반인의 삶과 예민한 소설가의 삶은 소설 속에서 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