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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엔 눈이 내렸네
나는 `그해 겨울엔 눈이 내렸네`에 대한 책 소개를 보고는 천천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소년의 정서와 이를 지켜보며 눈물짓는 감동을 기대했다. 전에 읽은 `내게는 아직 한쪽다리가 남아 있다`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하지만 작가가 선택한 것은 죽음이 아닌 삶이었다.
아파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병마와 싸워가는 모습. 그것은 세바스찬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손자를 구하고 싶은 할머니의 모습이었고, 손자와 아픔을 함께 하고 싶어 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빠와 그 때문에 이미 모든 희망을 잃은 엄마 사이에서 눈 속에 파묻힌 듯 엄습해오는 아픔과 외로움. 세바스찬은 누군가가 그 눈을 녹여 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그 누군가가 될 수 없음을 세바스찬은 무의식 중에 깨닫고 있었다. 세바스찬은 그 눈을 녹여줄 누군가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라고 생각했고 단 한 번 가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밀락이 얼마나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는지 떠올린다. 그리고 그곳, 밀락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병마와 싸우기 시작한다.
세바스찬의 병을 낫게 한 것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 하나 하나에서 나타나는 손자를 위하는 마음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손자가 행여나 속상해 하지는 않을까 함께 머리를 밀어버린 할아버지와 병원에서 세바스찬의 곁을 지키는 할머니. 형편도 힘들건만 엄마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할머니가 파출부라도 해 세바스찬을 고치려 하는 모습은 참 감동적이다. 세바스찬의 병이 낫는 것을 상징하는 헬레보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그리움은 사랑을 하면서 느꼈던 행복에 대한 대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금세 사라질 걸 알면서도 풀은 꽃을 피우고, 새는 나는 법을 배운다. 우리도 언젠가 이슬처럼 삶을 마치겠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오던 세바스찬이 밀락에서 만난 따스한 햇빛인 사랑의 힘으로 살아갔듯,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나도 내 인생을 살아가야지.
작가는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서 사랑은 참 행복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고, 병을 이길 정도로 강하고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안 할 수 없듯이 사랑하는 것을 잃지 않을 순 없다. 그렇기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필멸한다. 하지만 또한 불멸한다. 사랑하던 사람의 기억 속에서, 가슴 속에서, 그 사람에게 기억된다면, 그것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닐 테니까. 이것은 잃으면서도 잃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니 더욱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살면서 사랑을 하고 추억을 만들어 ‘가져가는 것’, 다른 어떤 보물보다도 더 소중한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