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심판을 읽고나서
「심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작품 중 하나다. 주인공 요제프K는 정말 실존하는 인물처럼 실재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휘말린 소송도 마찬가지다. 비록 선고를 내리는 재판관들은 요제프K가 볼 수 없는, 어둡고 높은 곳에 있지만 그것은 어쨌든 요제프K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소송과 그것에 대처하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삶의 본질적인 면을 작품화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삶=죽음의 도제 수업이라는 명제는 여기서 나왔다. 주인공이 휘말린 소송도, 죽음의 도제 수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누군가 요제프K를 중상한 것이 틀림없다. 아무 잘못한 일도 없는데 어느 날 아침 그는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다. 이 두 문장은 소설 전체의 이야기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부연설명하지 않고, 핵심을 파고드는 문장이다. 독자는 이 두 문장만을 읽고서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파악하게 된다. 또 작품의 분위기와도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주인공 요제프K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체포된다. 더욱 이상한 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이 체포가, 작품을 이끌고나가는 힘이 된다는 점이다. 다른 문장은 필요 없다. 이 두 문장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주인공의 성격은 어떻든 모든 것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흘러갈 수 있다. 나는 이런 문장을 좋아한다.
요제프K는 아무 이유도 없이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그를 중상한 사람이 누군지, 그에게 무슨 죄가 적용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니, 요제프K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K가 가졌던 소송과정에 대한 반발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그라진다. 점차 K는 재판이라는 체재 밖에서 생각하지 않고 안에…
요제프K는 아무 이유도 없이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그를 중상한 사람이 누군지, 그에게 무슨 죄가 적용되었는지 알 길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