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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1987년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일부 원문이 실리면서 이제는 초등학생들조차도 필독서로 읽는 유명한책이 되어버렸다. 내가 이문열을 알게 된 것이 이미 이문열의 정치적 행보가 매우 오른쪽으로 틀어져 버린 후라, 그의 책은 전혀 접하지 않았는데, 어찌하다 보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 역시, 이문열을 달리 보게 만들 만큼의 수작도 아니었을뿐더러, 그 내용에서 이문열다운, 이문열식의 항변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얼핏 보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인 엄석대의 독재적인 행동과 그로 인한 불우한 말로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문열의 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병태의 극단의 혐오는 엄석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엄석대를 이문열은 그렇게 인간 말종이나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그린 것도 아니다. 엄석대는 이 소설에서 어찌 보면 상당히 매력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자유당 정권 말기 아버지의 비리행위로 인해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오게 된 한병태. 그는 독재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엄석대와 충돌한다. 엄석대가 한병태를 이리 와라, 저리 가라 하는 것에 발끈하기는 하지만, 한병태는 엄석대가 깔아준 멍석에서 자기 집안과 자신이 전학 온 학교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랑을 하게 된다. 엄석대는 독재자이긴 하지만 적어도 머리가 좋은 아이인 것이고, 한병태는 엄석대의 독재에 반항하긴 하지만 엄석대의 멍석위에서 자기 과시를 할 줄 아는 나름 속물이다. 그래서 한병태와 엄석대는 비록 한 번의 맞짱()을 뜨긴 하지만 이것은 이야기의 전개 상 필요한 장치일 뿐이지 이 소설에서 두 주인공의 중심적인 사건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 한병태는 엄석대와 동종류의 인간이다. 그것은 기묘한 동거인데, 한병태는 지킬박사…
부당하게 취급당했으며, 인격적으로 내몰렸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그 비행을 들춰내는 아이들을 ‘석대가 쓰러진 걸 보고서야 덤벼들어 등을 밟아 대는 교활하고도 비열한 변절자’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이다. 그가 지난 시간동안 보였던 모습들이 어떠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왜 그는 그래야 했을까 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답을 찾는다. ‘오기’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