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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호킹의 위대한 설계를 읽고나서
지금으로부터 130여년 전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외쳤다. 그리고 그 이전에 독일 철학자 칸트는 ‘형이상학의 죽음’을 선고했다. ‘형이상학이 만학의 여왕이라고 불려진 때가 있었다....그러나 형이상학에 갖은 모욕을 표시하는 것이 이제는 시대의 유행이 되어서, 형이상학의 노녀는 추방되고, 버림받아 헤쿠바처럼 탄식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런데 2xxx년 지금 스티븐 호킹이 ‘위대한 설계’에서 다시 또 ‘철학과 신의 죽음’을 선언한다. 그는 철학이 그동안 사람들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우리가 속한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주는 어떻게 작동할까 실재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주는 창조자가 필요했을까-에 답을 해왔던 전통적 영역이었으나 ‘이제 철학은 죽었’고 ‘온전히 과학적 범위 안에서, 어떤 신적인 존재에도 호소하지 않고’ 우주 창조에 대해 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무신론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을 환영하면서 이 책이 신의 존재에 관한 논의를 종결시킬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플랑크 상수라든가, 파인만 방정식, 맥스웰 방정식 등은 그러한 수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수식 자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의 장점은 고전 물리학 이전부터 현대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리학의 역사를 알기 쉽…
에 ‘의미’를 둘 것인가의 재료일 뿐이다. 그 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드는 가는 굉장히 복잡하고도 다양한 경험과 역사와 인간들의 관계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나는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가 주는 유익한 요소들이 많이 있고, 또 나의 구태한 사고방식에 신선한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관점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호킹이 ‘환원주의’에 빠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는 분자로,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원자를 분석하면 인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 철학에서처럼 뜬구름 잡는 사변만을 늘어놓는 것이 옳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통일을 생각해야만 한다고 본다. ‘누구’나 ‘무엇’의 죽음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이 가지는 장점과 관련성을 잘 이어나가는 “통섭”의 정신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