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금오신화는 작품의 성격상 크게 두 부분로 나누어지는데,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가 하나의 그룹이다. 이 가운데서도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이 하나로, ‘취유부벽정기’가 다른 하나로 묶인다. ‘만복사저포기’의 양생과 ‘이생규장전’의 이생은 각각 죽은 여인의 환신과 동서하다가 여인을 따라 모두 현세를 등진다. 명혼소설로 인귀교환이 특색이며, 왜구난, 홍건적난 등 전란이 비극의 원인이 되고 있음도 공통적이다.
그러나 ‘취유부벽정기’는 몽유소설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고 여인과의 애정관계 없는 대신 역사적 사건이 만남의 동기가 되고 있다.
한편, ‘남염부주지’와 ‘용궁부연록’이 또 하나의 그룹을 이루는데, 이 양 작품은 완결된 몽유소설로 주인공 박생과 한생이 각각 지옥과 용궁을 다니는 이계담이다. 물론 두 작품에도 여인과의 애정관계가 거론되어지지 않고 있는데, ‘남염부주지’는 박생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조되어 있고, ‘용궁부연록’에는 글자랑에다 용궁체험의 장황함만을 쓰고 있다.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浦記)는 사랑을 희구하던 전라도 남원의 노총각 양생이 부처님과의 저포놀이를 통해 여귀를 만나 그 죽은 미녀의 혼령과 짧은 사랑을 나눈 후, 그 여인을 잊지 못하여 장가도 들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면서 평생을 마친다는 내용으로, 양생의 사랑이 허무하게 끝난다는 불교의 무상관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남원부에 살고 있던 한 노총각 양생이라는 사람이 일찍 부모를 잃고 결혼도 못한 채 만복사 동쪽에 홀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달밤 그는 문밖의 배나무 아래를 거닐며 외로운 자신의 심정을 시로써 읊고 있었다.